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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
그 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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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식이 두 번째 개인전의 글을 부탁받았다. 뭐 잘 난것도 없는 내가 어쩌다 자꾸 서문을 쓰게 되는지 난감했다. 그래도 쓰게 된 이유가 있다면, 그즈음 내가 하나 둘 셋 이란 개념에 나름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순혈주의와 근본주의, 온갖 원리주의와 맞닿아있다. 하나로부터 글을 쓸수가 있었다.
신이 내리다 전시서문/ 현홍
¹ 우리/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그 뿌리부터 찬찬히 살펴보게 되면, 대부분 어느 누군가 또는 어느 무리가 오직 한가지의 입장만을 고집한다든지 관철시키려 할때 발생한다는 사실에 새삼 눈을 뜨게 됩니다. 정치에 있어 독재가, 종교에 있어 각자의 유일신이, 사상-철학에 있어 하나의 개념-원리가, 개인들에 있어 스스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독단-독선등, 역사를 통해서나 우리 일상을 통해서나 너무나 많은 실례들을 들추어낼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간단히 종교에 대해서만 얘기해볼까 합니다. 유럽은 기독교를 빼면 그 역사를 논하기가 굉장히 궁색해집니다. 긴 역사를 통해 정치,사회,경제등 전문화적인 큰 안목으로 볼 때 유럽의 역사는 기독교와 함께 걸어온 지난한 길임을 따로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원리-신앙은 유일신에서 시작합니다 - 한국에서 성경의 여호와는 하나님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 하나라는 개념이 아무리 신성하고 영원한 것일지라도,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그 종교로 인한 끊임없는 갈등과 싸움, 크게는 국가간의 전쟁들이 지금 이 순간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유일신사상으로 인해 오히려 이웃을 내몸과 같이 사랑하지 못하고 살인까지 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몹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보고 계신 무당들은 신기하게도 기독교의 예수님도 섬기고 있고 부처도 섬기고 있으며 그 외 기록상 약 70여개의 신을 모시고 있습니다. 무당들의 신은 국적을 초월하고 물성을 초월합니다. 한국에 정치 경제적 갈등은 있을지언정 종교적 갈등이 나라안에서나 또는 다른 나라들과 크게 표면화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한국 사람의 뿌리깊은 샤머니즘에 기인합니다.- 여기서 샤머니즘은 그 어휘가 가지는 보편적인 의미를 수용하기도 하지만, 한국 특유의 자생적인 전통적 신앙 전반을 말하고도 있습니다. 종교에 관한한 한국에서는, 하나라는 것이 둘로 가는 통로일 뿐 하나로 환원하거나 응집하지 않습니다.
² 체계나 조직, 이론등은 대체적으로 상위개념과 하위개념들의 질서에서 비롯됩니다. 위의 것과 아래의 것이 뚜렷해지면 체계화, 조직화, 이론화되기가 쉬운 것이죠. 하나의 신이나 입장을 가지는 고등종교들은 이와 같은 원리로 쉽게 거대한 틀을 이루기 쉬어지므로 결국 하나의 사회적 제도로 수월하게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고등종교는 그렇게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샤머니즘은 그럴 수가 없는 것이죠. 바로 옆마을만 가더라도 다른 신들을 모시고 있고 무당이 따로 있고 주술의 모양이 다양할 진대 일일이 그것들을 하나의 궤로 끼어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렇듯 제도화되기가 힘들고 샤머니즘 특성상 비합리적이라는 한계로 현대 사회의 전면에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결코 사라질 수도 없는 또 하나의 종교입니다. 한국 역시 샤머니즘은 사회 밑바닥으로 숨어있습니다. 그러나, 그 밑바닥은 아주 뜨겁게 들끓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신문에 운세가 나오고, 전철역에는 점쟁이들이 부스를 만들어 공공연히 점을 치고 있고, 인터넷에서는 유료로 역학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전화로도 인생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샤머니즘에 앞날을 기대어보곤 합니다.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하며 그 영향은 대를 이어 갑니다. 이런 나라는 세상에 흔치 않습니다.
한국에도 많은 사람들이 불교와 기독교를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들이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과정에서는 여러모양새로 샤머니즘의 색깔을 띠게 됩니다. 일례로 한국 기독교에서는 산속에 기도원이라는 것을 따로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샤머니즘의 가장 큰 특징인 기복행위를 행하고 있습니다. 학문적으로 정치하게 접근할 수는 없지만 우리 한국인의 삶에 끈끈하게 뭍어있는 샤머니즘을 저는 감히 우리 문화의 원형질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³ 앞서 예수까지 그들의 신으로 모신다는 무당이라는 존재는 한국 샤머니즘문화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전통종교의 대표적 존재입니다. 현대에 와서도 무당의 수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지요. 일반인들은 무당을 통해서 신들을 만나게 됩니다. 거꾸로 신들은 무당을 통해서 그들의 뜻을 밝힙니다. 무당에도 부류가 있는데, 강신무라 해서 직접 신들이 그들의 몸속으로 들어와 무당의 몸을 빌어 말을 하고 움직이는 그런 무당이 있습니다. 신들이 무당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경우를 한국사람들은 신이 내렸다라고 합니다.
작가 김규식의 무당들은 모두 신이 내린 무당들입니다. 이들은 신의 소리를 내고 신의 춤을 춥니다.
과거 한국의 무당사진들은 대개 이들의 주술행위- 동적인 움직임 -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일상에서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표정과 몸의 동선, 장신구등의 촬영은 사실상 무당에 대한 일차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으로만 머무를 뿐, 오히려 무당들을 찬찬히 뜯어볼 수 있는 경험을 빼앗아왔습니다.
작가는 빠른 자동차에서 내려 천천히 두 발로 걷기를 선택합니다. 느리다는 것은 그 만큼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무당을 편하게 세워 놓고 조용히 그들과의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무당을 상징하는 이러 저러한 겉치장들을 걷어내고 그들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그런데 마치 눈앞에 안개가 걷힌 듯 더 또렷하게 무당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보지못했던 무당의 특별한 눈빛과 얼굴의 주름과 입술의 색깔과 어깨의 높낮이를 숨김없이 그대로 관객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엄격한 신체의 분할은 사진의 포맷을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이러한 포매이션은 사진 하나 하나에 관객의 집중을 높이는 장치이며, 무당이라는 인물의 내면세계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한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인물사적 기록 면에서도 이번 전시는 큰 가치를 지닙니다. 작품 그대로, 지금 한국에 존재하고 있는 무당들의 뛰어난 기록이 될 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훌륭한 기록유산의 역할도 해냅니다.
무당사진에 관한한 이번 전시는 익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접근이며, 그래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체험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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